“건강을 유지하려면 삼백을 피하라”는 말이 있다. 삼백이란 흰 소금, 백설탕, 흰 밀가루를 bingjilin.jpg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지방 대신 설탕이 비만의 주범으로 부각되고 있다. 당은 당분자의 개수에 따라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로 나뉘는데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다. 단당류와 이당류를 합쳐서 단순당이라고 하는데 단순당은 물에 잘 녹고 단맛이 강하여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하여 음식에 대한 충동과 욕구를 강하게 만든다. 먹으면 배가 불러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야 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포도당이 체내로 들어오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때 지방호르몬인 렙틴 농도가 증가하여 포만감이 생기고 위장관호르몬인 그렐린 농도가 감소하면서 배고픔이 사라진다. 그러나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고, 따라서 렙틴 증가나 그렐린 감소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과당을 많이 섭취할수록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포도당은 몸 속 모든 세포에서 대사가 이뤄지지만 과당은 오로지 간에서만 대사가 이루어진다. 간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되지 못한 과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축적되거나(지방간) 혈액으로 나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32명의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포도당 음료를 하루 총 섭취 에너지의 25%를, 다른 그룹에서는 과당 음료를 섭취하게 했다. 12주 후 두 그룹 모두 체중이 증가했는데 포도당 그룹과 달리 과당 그룹에서는 내장지방, 나쁜 콜레스테롤(LDL),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했고 간에 지방이 더 많이 쌓였으며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다.

밥 1/3 공기, 통밀빵 한 쪽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100g 정도 들어와서 20%인 20g이 바로 간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설탕이 듬뿍 들어간 도넛을 청량음료와 함께 먹어 설탕 100g을 섭취하면 포도당 50g 중 20%인 10g이 간으로, 그리고 과당은 50g이 모두 간으로 들어간다. 설탕에 비해 해롭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건강에 좋다 생각하여 챙겨 먹는 꿀이나 메이플시럽도 포도당과 과당이 대략 반반 섞여 있다.

    설탕보다 더 나쁜 건 액상과당이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을 액화, 당화, 여과, 정제, 농축하여 얻은 포도당과 과당이 단당류 형태로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통 과당 55%, 포도당 45%로 구성되어 있다. 액상과당은 효소 처리 등 가공과정을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천연으로 얻어지는 꿀, 조청, 아가베 시럽과 달리 미량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지 않아 대사하면서 미량 원소들을 소비할 뿐 아니라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한다. 설탕은 체내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단당류로 분해되어야 하지만 액상과당은 효소의 도움 없이 그대로 체내에 흡수되며 설탕보다 단맛도 더 강하다.

    먼 옛날 과당 섭취량은 일일 15g 미만이었고 1970년대 이전에만 해도 25g 미만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설탕보다 저렴한 액상과당이 등장하면서 청량음료는 물론 커피음료, 심지어 건강을 위해 먹는 두유와 요거트까지 두루 들어가면서 과당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에는 50g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단순당의 섭취량을 하루 50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시판되는 음료 한 병을 마시면 그 기준에 거의 도달할 정도이다.

    아침은 도넛과 과일주스, 점심 역시 빵과 청량음료로 때우고 수시로 커피믹스를 마시면서 저녁식사 후 과일을 많이 먹었다면 하루 과당섭취량이 허용치를 훌쩍 넘게 된다. 이런 식습관이 계속되면 지방간이 생기고 인슐린, 렙틴 호르몬 기능이 떨어지면서 어느 순간 뱃살이 출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